창립취지
창립취지
21세기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세계에는 아직도 20세기 국민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숙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 중 국가와민족의 관계에서 빚어진 민족문제는 전세계 인류의 공영공존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원래 일국가 일민족이라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지만, 냉전 구도가 무너진 후 세계에서는 더욱 과격한 형태로 그 환상을 추구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사회에서는 민족문제가 마치 자기와는 무관계한 일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민족은 근대 초기에 국가가 주권을 상실한 탓에,
한반도 이외에도 구 소련지역, 중국, 일본 등 각지에 이산하였고, 지금도 그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외 한민족의 대부분은 현지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고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각 사회내에서 소수의 존재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아 왔습니다. 때로는, 분단체제하에 있는 모국이 각 거주국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채, 동포로서가 아닌 교포로서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실시하여 당사자들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각 지역의 재외 한민족에 대한 연구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렇게 한민족이 산재하는 원인을 제공한 일본과 그 지역에 대한 연구가 더욱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구나 재일동포는 다른 재외 동포들과는 달리, 대부분이 모국의 국적을 유지하며 외국인으로서 일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원형이 형성된 책임은 일본에게 있으며, 그들의 2 , 3세들이 현지의 문화와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있고, 일본인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사회에서의 재일동포에 대한 인권 및 생활권의 침해와 차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종래 국내에서의 재일동포 관련 연구는
역사학, 정치학, 사회학, 문학, 법학, 경제학 등 각각의 분야에서 가늘게나마 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재일동포에 관한 연구가 다방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더욱 효율적이며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종래와 같은 제각기의 고립된 분야에서가 아니라, 서로 정보교환 절차탁마할 수 있는 학제적인 공통의 장이 필요합니다. 한일민족문제학회는 바로 그 공통분모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 학회의 연구대상에는 한국내의 민족 문제도 포함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에 대한 관심과 재일동포 문제에 대한 관심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평소에 이러한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여러 선배 학형님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애정어린 지원을 부탁 드립니다.
2000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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